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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와 지상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민낯-기생충
    카테고리 없음 2025. 4. 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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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봉준호감독2019

     

    “이 영화는 한 편의 지옥도다.”
    <기생충>을 처음 본 순간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봉준호 감독의 세계는 언제나 그렇듯 현실을 교묘하게 비틀고, 깊은 밑바닥까지 파고든다.
    그리고 <기생충>은 그 모든 것의 정점에 있었다.

    시대적 배경:

    대한민국, 서울.
    2010년대 후반.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 심화된 빈부 격차.
    ‘헬조선’, ‘수저 계급론’이라는 말이 일상이 된 이 시대는
    더 이상 누구도 평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겉으로는 평범한 가족 이야기 같지만, 이 영화는 철저히 계급에 대한 영화다.
    그리고 그 계급은 단순히 돈이 아니라, 공간냄새, 기회로 나뉜다.

    줄거리: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 가족은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며 살아간다.
    아들 기우(최우식)는 친구의 소개로 부잣집 딸의 영어 과외를 맡게 되면서
    서서히 그 가족 전체가 고급 주택 ‘박 사장네 집’에 스며든다.
    딸 기정(박소담)은 미술 치료사로, 아내 충숙(장혜진)은 가정부로,
    아버지 기택은 운전기사로 하나둘 들어간다.

    이 과정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놀라우리만치 치밀하다.
    ‘기생’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사기극이나 희극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하실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영화는 장르적 변곡점을 맞이하며
    한없이 어두운 심연으로 떨어진다.
    그곳엔 또 다른 ‘하층민’이 존재하고,
    그들 역시 ‘기생’ 중이었다.

    기택은 점점 박 사장의 말과 행동에서
    자신이 ‘냄새’ 나는 존재임을 자각한다.
    냄새는 곧 차이, 그리고 차별이다.
    그리고 그것은 격렬한 분노로 치닫는다.

    생일 파티 날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은,
    기생이었던 자들의 절망이자
    지상의 사람들을 향한 반란이었다.

    명대사:

    “아버지, 당신은 계획이 다 있잖아요.”
    기우의 말처럼, 기택은 항상 계획을 세우지만
    현실은 그 어떤 계획도 무용지물로 만든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야.”
    기택의 체념은 곧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 못 할 진심일지도 모른다.

    “여보, 사랑해요.”
    박 사장의 마지막 대사는 아이러니하다.
    혼돈 속에서도 상류층은 여전히 사랑을 말한다.
    그 이면에서 누군가는 피를 흘리고,
    누군가는 지하실로 돌아간다.

    감성적 리뷰:

    <기생충>은 웃기지만 슬프고,
    잔인하지만 정교하며,
    현실적이지만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편하다.

    봉준호 감독은 스스로 “한 가족이 기생하는 이야기”라 말했지만
    사실 그 기생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나도 저 상황이라면 저렇게 살지 않을까’라는
    불편한 자문을 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이 영화는 단순히 상류층과 하류층을 구분짓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낀, 경계인들의 고통을 말한다.
    기택 가족은 철저히 가난하지만 능동적이고,
    박 사장 가족은 부자이지만 무감각하다.
    그리고 영화는 그 간극을 냉정하고 날카롭게 찔러댄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기우가 쓰는 편지.
    그것은 슬프도록 절실한 희망이자
    도달할 수 없는 꿈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그가 지하실에서 아버지를 꺼낼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그는 그 집을 살 수 있을까?

    우리는 알고 있다.
    그 편지는 그저, 편지일 뿐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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