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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그랬을까?- 마더 2009

by 메이인러브 2025. 4. 13.

마더 2009

 

사랑이라는 이름의 광기, 한 여자의 절박한 분노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우리가 외면했던 현실을 들여다보게 한다.
《살인의 추억》이 그러했고, 《괴물》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마더》는 그 연장선에서,
‘엄마’라는 단어가 지닌 본능과 집착, 사랑과 폭력의 이면을 드러낸다.

시대적 배경

《마더》는 2009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소도시.
발달장애가 있는 청년과 그의 엄마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작고 외진 마을의 분위기가 더욱 극적으로 긴장감을 조성한다.
대한민국 사회의 복지 사각지대,
법보다는 소문과 감정이 우선시되는 작은 공동체의 모습은
이 영화의 현실성을 높이며,
'진실'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더욱 뼈아프게 만든다.

줄거리

도준(원빈)은 발달장애가 있는 청년이다.
조용하고 순수하지만,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조금 느린’ 사람.
그와 단둘이 사는 엄마(김혜자)는
약재를 다루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그녀의 세계는 오직 아들뿐이고,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온 감각이 반응한다.

어느 날, 한 여고생이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도준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경찰은 허술했고, 변호사는 무관심했고,
동네 사람들은 빠르게 결론을 내려버렸다.

엄마는 스스로 수사를 시작한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동네를 돌아다니고,
도준의 주변 인물들과 접촉하며,
차츰 자신이 몰랐던 아들의 그림자를 보게 된다.
그 과정은 엄마에게 너무도 가혹한 진실을 드러낸다.

그녀는 끝내 진실을 찾아내지만,
그 진실이 가리키는 방향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그리고 그녀는 충격적인 결단을 내린다.
사랑하기에,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윤리를 버리는 선택.
엄마는 그렇게 괴물이 된다.

명대사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엄마는 수없이 이 말을 되뇌인다.
그러나 결국 그 말을 가장 정확하게 해야 했던 대상은,
자신이었다.

“아무도 너한테 관심 없어.”
이 대사는 도준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말처럼 들린다.
약자는 늘 방치되고,
진실은 무관심 속에 묻힌다.

“지우개를 쓰면 돼.”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가 지우개를 들고 춤을 출 때,
그 장면은 섬뜩하면서도 슬프다.
모든 걸 지우고 싶었던 그녀의 절망이,
그 춤에 담겨 있다.

감성적인 리뷰

《마더》는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다.
이 영화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본능적인 탐구다.
아들을 향한 엄마의 사랑이 어떻게 세상의 윤리와 충돌하는지,
그 충돌이 얼마나 처절하고 잔인한지,
봉준호 감독은 잔혹할 만큼 냉정하게 풀어낸다.

엄마는 아들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하지만 그것은 한 편의 복수극이나 히어로 스토리가 아니다.
그녀는 불쌍하고, 외롭고, 잊혀진 존재다.
그 누구도 그녀를 위로하지 않고,
그 누구도 그녀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랑이 얼마나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진실이 때로는 죄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음을 말한다.

김혜자 배우의 연기는,
이 영화의 모든 감정을 이끌고 간다.
한 번의 눈빛, 한 마디의 탄식,
그녀가 보여주는 엄마의 감정은
어떤 대사보다 강렬하고 선명하다.

봉준호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랑’이란 이름의 광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그러나 섬뜩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이 질문을 떨칠 수 없다.

“엄마는 왜, 끝까지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