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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역사가 된다- 바스터즈: 거친녀석들

by 메이인러브 2025. 4. 10.

 

1. 시대적 배경

제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의 지배 아래 유럽 전역이 피와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유대인들은 학살당했고, 자유는 억눌렸으며, 전쟁은 인간의 잔혹함을 끝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퀜틴 타란티노는 이 암울한 시대를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현실의 비극을 극복할 방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택한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되, 실제와는 전혀 다른 **‘만약에’**라는 질문을 던지며, 파격적이고 유쾌하게 나치의 몰락을 재구성한다.

 

2. 줄거리

영화는 프랑스 시골에서 한 유대인 가족이 학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들을 숨겨주던 농부는 결국 SS 장교 ‘한스 란다’의 설득과 위협에 굴복하고, 유대인 가족은 총격 속에 쓰러진다. 단 한 명, ‘쇼샤나 드레이퓨스’만이 살아남아 도망친다.

몇 년 후, 쇼샤나는 파리에 ‘레 페리에 시네마’라는 작은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겉보기엔 조용한 삶이지만, 그녀의 눈엔 복수의 불꽃이 담겨 있다.

한편, 미국 특수부대 ‘바스터즈’가 비밀리에 유럽으로 침투한다. 리더는 미 육군 중위 알도 레인. 그는 독일군을 잡아 잔혹하게 응징하고, 생존자들에게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이마에 새긴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 나치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

바스터즈는 유럽 각지에서 나치를 암살하고, 연합군과 협력해 정보망을 구축한다. 그러던 중,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 고위 간부들이 파리의 한 영화관에서 선전영화 시사회를 열 계획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그 영화관, 바로 쇼샤나의 것이다.

쇼샤나는 자신의 손으로 부모를 죽인 자들 모두를 불태워버릴 복수의 계획을 세운다. 영화 필름을 인화성 물질로 바꾸고, 시사회 당일 극장에 불을 지를 준비를 한다.

동시에 바스터즈도 시사회를 테러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날 밤, 두 개의 계획은 하나의 운명처럼 겹쳐지고, 스크린 속에선 영화가, 현실에선 불길이 타오른다.

영화는 결국, 히틀러가 극장에서 불타 죽는 장면으로 끝난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 그러나 타란티노가 상상한 복수의 완성이다.

 

3. 주요 등장인물

  • 한스 란다 (크리스토프 왈츠): ‘유대인 사냥꾼’이라 불리는 SS 장교. 지적이고 유머러스하지만, 그 안에는 잔혹한 본능이 도사리고 있다.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 중 하나.
  • 알도 레인 (브래드 피트): 바스터즈의 리더. 유쾌하면서도 거친 매력을 가진 인물로, 미국식 카우보이 정신을 상징한다.
  • 쇼샤나 드레이퓨스 (멜라니 로랑): 살아남은 유대인 소녀. 냉철하고 침착하게 복수를 계획하는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 프레데릭 졸러 (다니엘 브륄): 독일군 저격수이자 선전영화의 주인공. 쇼샤나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결국 그녀의 복수에 휘말린다.

 

4. 명대사

“I want my scalps!”
"난 나치 두피가 필요하다고!"

“That’s a bingo!”
"빙고군요!" – 란다가 기뻐하며 하는 대사로, 영화 내내 반복되며 기묘한 긴장감을 만든다.

“You probably heard we ain’t in the prisoner-takin’ business. We in the killin’ Nazi business. And cousin, business is a-boomin’.”
"우린 포로 잡는 장사가 아니라 나치 죽이는 장사를 해. 그리고 요즘 장사가 아주 잘돼."

“Au revoir, Shosanna.”
"안녕히 계세요, 쇼샤나." – 란다의 마지막 대사는, 복수를 위해 달려가는 그녀의 존재감을 극대화시킨다.

 

5. 감상평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분명히 전쟁 영화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전쟁 영화는 아니다. 여기엔 거대한 전투도 없고, 정치적 논쟁도 없다. 대신 타란티노는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복수의 카타르시스, 허구의 해방감, 영화적 폭력의 미학을 치밀하게 활용한다.

무거운 역사 속에서 유쾌하고도 통쾌하게 ‘상상력’을 펼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역사 왜곡이 아닌 영화적 해방이다.

우리는 때때로 현실에서 하지 못한 말과 행동을 영화 속 인물에게 투영하고, 대신 울고, 웃는다.
《바스터즈》는 그런 면에서 가장 영화적인 영화, 그리고 가장 타란티노다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