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재개봉하는 명작중의 명작
오늘은 패왕별희 리뷰 되겠다!!
1. 영화 소개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의 1993년작 패왕별희(霸王别姬, Farewell My Concubine) 는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 경극, 그리고 인간의 사랑과 집착이 뒤얽힌 한 편의 거대한 서사시다.
이 영화는 경극 배우로 살아온 두 남자의 평생을 따라가며, 예술과 현실, 사랑과 배신, 정치적 격변 속에서 무너져 가는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장국영(张国荣, 레슬리 청)의 연기는 그야말로 전설적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의 눈빛과 몸짓이 떠오를 정도로 강렬하다. 특히, 그가 연기한 두지(程蝶衣) 는 영화 역사상 가장 깊고도 애절한 캐릭터 중 하나로 남아 있다.
2. 줄거리
1930년대 중국. 경극에 모든 것을 바친 두지(장국영)와 그의 무대 파트너 샬오로(段小楼, 장풍의). 두지는 평생을 패왕별희(霸王别姬) 라는 극 속의 ‘우희(虞姬)’로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샬오로가 ‘패왕’이 되어줄 것이라는 헛된 기대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샬오로는 현실의 남자였다. 그는 기생 주샨(菊仙, 공리) 과 결혼하며, 두지와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한다.
이들의 관계는 중국 현대사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정권 교체, 문화대혁명의 광기, 그리고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 이들의 운명도 흔들린다. 예술과 현실이 뒤엉켜가는 과정 속에서, 두지는 끝내 경극 속의 ‘우희’처럼 비극적인 선택을 한다.
3. 감상평 – "예술은 허상인가, 진실인가?"
패왕별희 는 단순히 경극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 아니다. 이 영화는 사랑과 집착, 예술과 현실, 그리고 시대의 폭력 속에서 망가져 가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든다.
1) 사랑과 집착
두지는 평생을 ‘우희’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샬오로는 두지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두지가 ‘우희’로서 무대 위에서 함께하는 순간을 사랑했다. 두지는 샬오로가 영원히 자신의 ‘패왕’이 되어줄 것이라 믿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 영화는 단순한 동성애 서사가 아니다. 그것보다 더 깊은, 한 인간이 평생을 걸고 믿어온 것들이 깨져가는 과정을 그린다.
2) 시대의 비극과 예술의 운명
영화는 중국 근현대사의 혼란을 배경으로 한다. 일본군의 침략, 공산당의 집권, 문화대혁명의 광기 속에서 예술은 무너져간다. 경극 배우들은 ‘봉건 시대의 잔재’로 몰려 숙청당하고, 예술은 정치의 도구로 전락한다.
예술은 과연 현실과 분리될 수 있는가? 예술은 허상인가, 진실인가?
3) 장국영의 연기 – 잊을 수 없는 ‘우희’
장국영의 연기는 한마디로 전설적이다.
그의 손짓, 눈빛 하나하나에 감정이 담겨 있다. 특히 영화 후반부, 문화대혁명 속에서 강제로 샬오로를 비난하는 장면에서, 두지의 감정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그는 실제로도 이 영화에 깊이 몰입했고, 후에 우울증과 개인적인 고통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렇기에 패왕별희 속 그의 연기는 더욱 애틋하고,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4. 명장면 & 명대사
✔ “나는 우희야. 영원히 우희야.”
→ 두지는 무대 위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우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현실은 무대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 문화대혁명 재판 장면
→ 두지가 샬오로를 배신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 중 하나다. 사랑했던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고, 결국 배신하게 되는 인간의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엔딩 – 마지막 경극 장면
→ 모든 것이 끝난 후, 두지는 마지막으로 ‘패왕별희’를 연기한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무대 위의 ‘우희’가 아닌, 현실 속에서 무너진 한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그는, 마치 우희처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마감한다.
5. 결론
패왕별희 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이것은 한 편의 서정시이며, 시대를 초월한 비극이다.
이 영화를 본 후, 우리는 묻게 된다.
과연 예술은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가?
사랑은 끝까지 지켜질 수 있는가?
그리고, 한 인간이 평생을 바쳐 믿어온 것이 무너질 때,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장국영의 눈빛을, 그의 애절한 목소리를, 그의 마지막 몸짓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정말로 ‘우희’였고,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우희’로 남았다.
"영원히, 잊지 못할 영화."
비극인가 희극인가. 이말을 꼭 한번씩 듣는 문장 아닌가.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올릴 법한 이야기.
슬픈데 멋있고, 웃고 있는데 울고 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보면 비극이다.